흔연재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채 방치된 단독주택 용지들과 정비되지 않은 길로 둘러싸여 있는 주택이다. 길과 집 사이에 쾌적한 물리적 환경을 위해 필터로 만든 담장은 외부에서 보았을 때 담이 아닌 집의 연속처럼 보여진다. 마당에는 빛과 선택된 풍경을 들일 수 있도록 사람 눈높이 부분의 담장은 낮추고, 고양이들을 위해 땅에 닿아 있는 담장의 일부를 살짝 들어 열어주었다. 열린 담장은 때에 따라 다른 형태의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흔연재에는 성격이 다른 두 개의 마당이 있다. 남측의 마당은 사면이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중정 형식으로 거친 마감의 벽을 배경으로 한 가까운 조경을 감상할 수 있는게 포인트다. 북측의 마당은 바깥 풍경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열린 마당이다. 다른 성격의 두 마당은 거실을 중심에 두고 연결되어 거실의 풍경을 관통한다. 풍경의 통로는 바람과 빛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재택근무를 하는 부부는 매일 2층의 브릿지를 건너 일터로 향한다.
흔연재는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집이다. 집의 모든 공간은 여백의 공간으로 연결되어있다. 2층의 긴 수평 창으로 들어오는 남측의 햇살은 유리 난간을 통해 1층 거실의 깊은 곳까지 따뜻함을 전해준다. 1층 거실은 여느 집과 다르게 모든 가구가 없다. 이렇게 비워진 거실은 마당과 같이 다양한 행위들을 담아낼 수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집의 중심에 넓게 비워진 공간은 용도를 담는 대신 빛과 바람, 가족들의 소중한 추억들을 담는다.
흔연재 주변은 무분별한 단독주택 필지 개발로 거주 환경이 다소 어지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조금 멀리 내다보면 사면으로 산이 보이고, 남측으로는 천이 흐르는 좋은 입지다. 흔연재의 1층은 주변의 물리적 환경으로부터 집을 보호하는 형상이다. 창을 최소화하고 담장을 이용해 주변과 새로운 경계를 만들고 있다. 집의 기단과 같은 역할을 하는 1층의 마감재는 땅의 연속으로 보이도록 거친 텍스처로 처리됐다. 기단 위에 놓인 2층은 좋은 주변환경 위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육중한 석재를 사용해 단단하고 뿌리 깊은 인상을 준다.
흔연재[ 欣然齎] - 소수건축사사무소
WEB: www.sosu2357.com
EMAIL: 235711sosu@gmail.com
CONTACT: 02-461-2357
INSTAGRAM: @sosuarchitects_official
소수건축사사무소(SOSU ARCHITECTS)는 건축 및 공간을 매개 삼아 클라이언트
와 공감하는 건축가 그룹이다. 공간 내부에서의 다양한 관계와 소통의 가치를 우선시하며, 더 나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수건축사사무소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획일화된 흐름을 지양하며 '소수'의 개성을 공간에 담아낸다. 개별성과 보편성을 지닌 건축을 추구하여 특별한 공간을 구축하고, 이러한 일련의 전문적인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적극적으로 공유해 보다 차별적인 프로젝트를 제시한다.
프로젝트명: 흔연재 [欣然齎]
설계: 소수건축사사무소(SOSU ARCHITECTS)
설계담당: 고석홍, 김미희, 임연주
위치: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아신리
용도: 단독주택
건축면적: 119.54m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 마감: 석재
바닥 마감: 지정 원목마루
벽 마감: 친환경 페인트
천정 마감: 노출콘크리트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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